별생각 없이.. 그냥그런이야기

그러고 보니 무슨 일이던 신중을 기할 때보다 별생각 없이 익숙한 놀림 그대로 했을 때가 차라리 낫더라.

프라를 만들 때에도,
영화를 볼 때에도,
책을 읽을 때에도,
부스러기가 많은 빵을 먹을 때에도..

프라를 만들기 전에 각종 리뷰들을 보며 '이 킷은 여기가 약해서 조립할 때 종종 부러지더라,' , '저 킷은 저기가 약해서 움직이다 보면 부러지는 경우가 잦더라.' 하는 글들에 동요되서 '나만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리뷰들에 언급된 그 부분들을 아주 신중히, 조심 조심 조립해 나갈 때, 조심스럽게 가동해볼 때 여지없이 뚝! 하고 부러지더라.
좌우가 같은 킷의 한쪽을 말아먹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별생각 없이 후다닥 조립할 때에나 나중에 그 부분이 약하다는 것을 잊고 무작위로 움직일 때에 되려 부러지지 않고 잘만 되더라.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사람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명작이라 하니 장면 장면 꼼꼼히 잘 감상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스크린을 볼 때면 그 어지러운 영상들에 눈이 먼저 지쳐버려 나중에는 내가 뭘 봤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영화를 나중에 별생각 없이 다시 한번 보기 일쑤.
역시나 두번째 봐서 그런지, 아니면 별생각 없이 즐겨서인지 처음의 관람보단 많은 것이 머릿속에 남는다.

책을 읽을 때에도 '이 책은 소중한 사람이 추천해준 책이니까.' , 혹은 '이제 다시 구하지 못할 귀한 책이니까 한문장 한문장 되새기면서 꼼꼼하게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면 할 수록 그 좋은 문장들이 머릿속에 남지 않아 몇번이고 앞장을 다시 뒤적이고 또 뒤적이게 된다.
되려 지하철에서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자기전에 살짝 수면제 대용으로 잠깐씩 읽었을 때에 더 많은 것을 깨우친다.



방금은 부스러기가 아주 많이 떨어지는 싸구려 소보루빵을 뜯었다.
'부스러기가 많은 빵이니 바닥에 흘리지 않게 조심스레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한입 베어먹는 순간 역시나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져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에이~ 다 먹고 치우지 뭐..' 하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마구 먹어대고 이윽고 다 먹었을 때 바닥에 떨어졌을 부스러기를 치우려고 바닥을 보니 웬걸? 처음에 흘린 그만큼이 거의 다더라. 이후로는 아주 자잘한 부스러기가 조금 떨어졌을 뿐이라 티도 나지 않더라.


항상 신중하고 조심할 때에 더욱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매사에 신중하지 못하고 조심스럽지 않을 것도 없겠지만 너무 신중하려 하고 너무 조심하려 하다 되려 어색해진 놀림으로 아주 간단한 것 조차 그르치는 것 같아 한숨이 나더라.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그러하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 말을 고르고 골라 하는 것이 더욱 상대방을 서운케 하더라.
별생각 없이 평소 하던 입버릇대로 툭 내던지는 한마디에 괜히 감동하는 것을 보면 흐뭇하면서도 한켠으론 씁쓸하다.

짱구라는 것이 굴리면 굴릴 수록 더욱 나은 해답을 마련해야 할 터인데 상황을 점점 그른 쪽으로 몰고가는 것이 내게 반항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 머리가 그렇게 나쁜 건가? 싶기도 하고..

괜한 탓을 하면서 씁쓸할 웃음 뒤에 또 평소의 언행이 나온다.


신중하면 신중할 수록 마음의 무게는 가중되더라.


덧글

  • 랑주 2010/04/20 00:42 # 답글

    일면 공감이 갑니다.

    마음을 비우고 투명한 마음으로 세상에 다가가고 싶은 하루네요..
  • TokaNG 2010/04/20 01:07 #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꼬이는 것 같아요.
    가뜩이나 바보인데 더 바보가 되어야하는 건지..ㅇ<-<

    아, 바보라서 생각하면 안되는 건가?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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