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그냥그런이야기

'가족'을 잃어본 적이 없다.

물론 어린 시절에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몇 년 전엔 큰집의 가장 맏형수님께서도 지병으로 돌아가시긴 했지만 그분들은 일년에도 한두번 겨우 보는 '친척'이지 나의 '가족'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분들께서 돌아가셨을 때엔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생기지 않아 눈물조차 날 리 없었다.

아버지나 어머니, 형님들과 같은,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진짜 내 가족을 잃어본 적이 없다.
당연하다.
아직 모두들 큰 사고 없이, 별다른 지병 없이 건강하고 부모님 연세도 아직은 그럴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니..
큰 이변이 없는 한은 향후 1~20년간은 그런 경험을 할 일이 없다.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할' 가족을 잃을 일이 없다.
그들이 내 인생에서 퇴장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필요가 아직은 없다.


한번도..

'장애'를 가진 적이 없다.

내 팔다리는 멀쩡히 제 기능을 잘 하고 있고 가끔 허리가 고질적인 고통을 동반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장애'는 아니다.
시력이 조금씩 나빠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안경 없이 사물이 잘 보이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장님'이 아니다.
흥분하면 말을 더듬거리기도 하지만 말을 아주 못 하진 않는다. '벙어리'가 아니다.
이따금씩 사람이 하는 말을 흘려 듣거나, 채 듣지 못하거나, 뜻을 파악하기 힘들긴 하지만 소리를 못 듣진 않는다. '귀머거리'가 아니다.
머리가 좀 멍청해서 남들보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뇌기능은 잘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도 아니고 뇌성마비도 아니다.
이렇다 할 '장애'는 없다.

어쩌다가 큰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은, 내가 스스로 두 눈을 찌르거나 고막을 찢거나 팔다리의 힘줄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은 나는 '장애'를 가질 일이 없다.
'당연히 움직여야 할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거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걷지 못하거나, 앞이 보이지 않거나, 말을 하지 못하거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는' 일은 아직은 없다.


당연한 것이다.
내 가족이 집에 오손도손 모여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내 신체기능이 제 기능을 다 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한번도 불편을 느껴보거나 허전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1 다음에 2가 오는 것처럼, A 다음이 B 인 것처럼, ㄱ과 ㄴ의 순차처럼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늘 마시는 공기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넘실거리는 바다가 마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드높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 것과 마찬가지로 모두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있을 자리에, 당연히 움직여야 하는 것들이 있고, 움직이는 것 뿐이다.

당연한 것들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당연한 것들이 하나 둘 붕괴되고 무너지는 순간이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있어야 할 자리에 그들이 있지 않을 때에,
움직여야 할 것이 움직이지 않을 때에,
느껴져야 할 것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


인도의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가 지은 '배꼽'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5분마다 총성을 울리며 배의 갈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가 5분마다 자동으로 발포하는 장치를 가동하고 잠이 들었을 때 그가 잠이 깨는 경우는, 그 5분 간격으로 쏘아대는 커다란 총성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울려야 할 5분마다의 총성이 울리지 않았을 때라고..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지 않았을 때에 사람은 공포를 느낀다.
불안해 한다.
초조해 한다.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당연한 것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런데...

덧글

  • 건담=드렌져 2010/03/04 22:31 # 삭제 답글

    저도 아직까지는 가족이 다 무사합니다.
    하지만 역시 가족을 잃는 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 TokaNG 2010/03/08 18:26 #

    비단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말하려 한 것만은 아니지만..

    당연한 것은 늘 그러해야 안정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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