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차지 않는다. ☜그림이야기☞

요즘에 그리는 내 배경들..
아무리 열심히 그려보려 해도 그 결과물은 너무나도 괴악해서 성에 차지 않는다.

배경지시를 받고 참고자료를 보면 머릿속에선 '아, 이건 이렇게 그리고 저건 저렇게, 여기는 이런식으로 효과를 줘봐야지~' 하고 대략적인 구상이 짜지지만 그걸 손으로 표현하기란, 입으로 후배들에게 전달하기란 참 거시기 하다.
머릿속에서 그려진 이미지랑 내손으로 그려낸 결과물이랑 애들에게 전달해줘서 뽑아낸 그림이랑 너무나도 다르다.

하물며 그 결과물들이 나조차도 이렇게나 성에 차지 않는데 그 허접스런 배경들을 작품에 실어야 하는 선생님은 또 오죽하실까..


으리으리하고 오래된 저택이 있다.
척 보면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간략화된 데생과 참고를 할만한 이미지들과 좀 더 부연된 설명들을 듣고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는 이렇고 저렇다.
여기까진 펜터치고 형태를 잡고 여기서부턴 CG로 적절한 소스를 만들어서 붙여주고 저기는 과감하게 먹을 때리고 요긴 요렇게, 이건 이렇게..
머릿속에서 대략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시나리오를 따라 손을 놀려보지만 첫판부터가 아웃이다.
첫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뒤는 줄줄이 다 나가리다.
게임 오버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순 없으니 죽을 동 살 동 붙잡고 늘어져봐야지.

건물에 CG작업을 끝냈다.
역시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그리려 한 것이 아닌데..

에헤이~ 조금만 더 손보면 어떻게 될까?

소스들을 붙여봤다.
아무리 미화를 시켜보려 해도 메인이 나가리니 어떻게 해도 회생불능이다.

그 뒤엔 최종적으로 톤을 붙여서 꾸미기를 끝내도 한번 나가리 된 그림은 끝까지 나가리..
이번 회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머리를 많이 굴린 배경인데 가장 최악의 배경이 되어버린 컷.

아무리 잘해보려 애를 써도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과 손끝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배경들을 보면 나도 쉬이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정도 쯤은 나도 능히..' 라며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하지만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역시 다르더라.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사람을 만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보려 잘 관찰해서 성격을 파악하고 머릿속으로 대충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며 서서히 접근해 나가도 항상 머릿속 시나리오와 현실의 시츄에이션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하면 잘될 줄 알았는데?
저렇게 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여기선 이렇게 대하면 안되는 거였나?
저런 반응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지?

남들의 대인관계 스킬을 보면 나도 능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웃으며 인사를 건넬 수 있고 나도 욕 안하고 꾹꾹 참을 수 있고 나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조근조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라고 고민을 털어놓으면 립서비스로 듣기 좋게 잘 포장해서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내게 그런 상황이 닥치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 않더라.

타인이 하는 것은 쉽게 보고 타인에게 벌어진 상황들에는 쉽게 말할 수 있으면서 정작 내가 해보려 하면 잘 되지 않는다.
생각과는 다른 언행들이 불쑥 튀어나와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의 행동들이 도저히 성에 차지 않는다.

첫단추가 잘못 껴진 인간관계는 이후에 아무리 애를 써봐도 좋게 연결되지 않더라.

아무리 입에 발린 립서비스를 날려도, 착한 척, 매너있는 척 성실하게 대해도 한번 어긋난 감정은 어떻게 수습이 안된다.
나중엔 돈으로 환심을 사려고 해봐도 딱 거기까지다.

메인이 맘에 들지 않으면 뒤에 이어지는 온갖 행태들은 그저 옵션일뿐 결코 맘에 들어지는 법이 없더라.


남이 그려놓은 배경을 보고 '와~ 나도 이렇게 잘 그려봐야지~' 하는 각오처럼 남이 하는 연애를 보고 '와~ 나도 저렇게 재밌는 연애를 해봐야지~' 다짐해봐도 머릿속과 실생활은 너무나도 다르더라.


남의 것은 쉬워 보이고 내것은 가장 어렵더라.



어떻게 해도 도저히 성에 차지 않더라.


덧글

  • 도리 2009/08/25 23:36 # 답글

    음, 비단 그림 이야기만을 하시려던 것은 아니었군요...
    ...그림은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렇지 않은 쪽은 굉장히 공감하고 말았습니다. (눈물)
  • TokaNG 2009/08/27 01:02 #

    감사합니다.
    눈물까지 흘려주시고..ㅜㅡ (엉?)
  • 팬텀F하록 2009/08/25 23:38 # 답글

    포천 같이 그립시다. ㅋㅋㅋ
    짱입니다 ㅋㅋ
  • TokaNG 2009/08/27 01:03 #

    이자식! 컷당 얼마 줄거냐?!
  • 동사서독 2009/08/25 23:45 # 답글

    실컷 건물을 그렸는데 이야기는 고려말인데 건물을 조선 중기 건물로 그려놓았다든지
    실컷 소설을 썼는데 이야기는 고려 초인데 관직은 고려 후기 관직 이름을 썼다든지
    실컷 전투 장면을 묘사했는데 청룡언월도는 그 시대에는 사용하지도 않은 무기였다든지

    ....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너무 어렵더군요. (인간관계는 포기해서 잘 모르겠구요. 허허)
  • TokaNG 2009/08/27 01:04 #

    사실 고증 이런건 그다지 따지지 않는데 말이죠..[...]
    고증을 따질만한 역사만화를 그리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건 인간관계입니다?
  • 포터40 2009/08/26 00:13 # 답글

    일단 그림은 제가 보기엔 너무나 훌륭합니다만?^^
    인간관계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것도 아니라서 참 어렵더라구요..^^;
  • TokaNG 2009/08/27 01:04 #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게 가장 어렵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죠.ㅜㅡ
    사회적 동물 이런거 다 구라라능..;ㅅ;
  • 피두언냐 2009/08/26 01:47 # 답글

    대체 어디가 어떻게 나가리가 된 건지 모르는 걸 보면 제 눈이 이상한 걸까요...
  • TokaNG 2009/08/27 01:05 #

    그림이 작아서 그렇습니다.
    축소의 미학이랄까..[...]
  • alice 2009/08/26 09:53 # 답글

    남의 인간관계는 쉬워보이고 편해보이는데 막상 내 관계는 영 힘들지라.
    음 그림은... 그짓말쟁이!! ㅠㅠㅠ [건물자체를 증오하고있는 1인]
  • TokaNG 2009/08/27 01:05 #

    근데 건물이 더 그리긴 쉽..[...]
    다만 짜증나는 것은 저 기와 밑의 처마.;;;
  • 타누키 2009/08/26 10:05 # 답글

    잘봤습니다~
  • TokaNG 2009/08/27 01:05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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