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非夢似夢] 그저그런일상들

모두들 모여있는 동방.
저마다 만화책을 보고 있거나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고 있거나 TV를 켜놓고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꽤나 친한 친구들끼리만 모여 노는 일종의 아지트같은 곳이다.
미술학원에서 같이 밤새워가며 그림도 그리고 지치고 힘들 때면 바닷가에서 하루정도 시원하게 바람도 쐬던 친구들.
워낙 서로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연정이 싹트기도 한다.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친구들중에 아주 맘에 들어하던 여자애가 있었으니..
오늘은 왜 이시간까지 오지 않을까? 하며 시계를 자꾸만 힐끔거린다. '무슨 일이 생겼나?'

이윽고 끼익~ 하며 열리는 문틈으로 그아이가 들어온다.
그런데..

어라? 이게 웬..

부피가 상당한 웨딩드레스와 꽤나 많은 류의 종이가방과 각종 아파트며 가구 팜플랫들을 한가득 들고 들어온다?
이게 웬일?

'누가 결혼하냐?' 라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힘겹게 그 많은 짐들을 들고 오는 그애에게서 황급히 그것들을 넘겨받아 한쪽에 조심히 내려놓으며 재차 물어보지만 역시나 묵묵부답이다.
아주 피곤한 눈초리로 한번 스윽~ 쳐다보더니 이내 소파에 몸을 파묻고 이불을 반쯤 덮어쓴채 팜플랫을 뒤적이며 가구를 고르고 있다.

음..
애인이 있다는 말도 못 들었는데.
아니, 애인이 생겼다면 우리가 모를리 없잖아?
아, 언니가 있다고 했지.
언니 심부름인건가? 언니가 결혼하나?
어? 언니 작년에 결혼 했잖..;;
뭐지? 아르바이트인건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인터넷을 즐기던 다른 여자에가 푼수같이 웃으며 그애에게 말을 건넨다.
'어머~ 웨딩드레스 맞추고 온 거야?'

..음?

'와~ 예쁘다~ 나도 어서 이런거 입어봤으면.. 넌 좋겠다, 얘? 멋진 남자친구 만나서 이렇게 일찍 예쁜 드레스 입고 결혼도 하게 되서?'

에? 뭐라?
아니 대체 언제 남자친구가??;;
그동안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나였을텐데??;;
일주일에 거의 5일을 나와 함께하던 친구가 느닷없이 남자친구에 결혼이라니??
같이 있는 동안에 통화를 한다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모습도 없었는데 언제 남자친구를 만나서 연애를 했다지?

잠시 멍해지는 기분이다.
만화책을 보던 친구녀석을 슬쩍 쳐다보니 '너 여태 몰랐냐?' 라는 제스츄어로 어깨를 으쓱 한다.
다시 고개를 돌려 여자애들쪽을 보다가 푼수같은 그 친구랑 눈이 마주치자 그친구는 마치 실수라도 한듯이 '아..' 하며 입을 닫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버린다.


멍~ 
아, 그렇구나..
결혼을 하는구나..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저애가 결혼하는 거구나..


힘없이 발걸음을 옮겨 그애 어깨에 손을 올리곤 '축하해~' 라고 입을 떼려는 순간!




에이~ 그럼 그렇지.
거기 모인 친구들중에 이미 결혼 한 친구도 수두룩했는데.=ㅅ=a
게다가 아직까지 우리가 거기 모여서 놀리가..

매번 친구들의 결혼소식은 연애소식을 넘어서 청첩장으로만 바로 바로 전달받아서 결혼준비니 뭐니 하는 중간과정들을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는데 드레스를 맞춰오고, 신혼살림들을 알아보고, 피곤이 찌든 친구의 모습을 꿈에서나마 보게 되니 가슴이 찡해오더라.
이것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 (야)

딸이 아들보다 좋긴 하지만 이런 순간을 맞을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가슴이 아플 것도 같다.
어떤 녀석이 감히 우리 귀한 딸을!!

덧글

  • pientia 2009/08/10 15:17 # 답글

    음..결혼..뭐 주위에서는 많이 가드만
    저는 아직 생각없어요...;ㅁ;
    솔직히 귀찮다고나 할까요?? 우음..;;;;;

  • TokaNG 2009/08/10 19:36 #

    저런..
    남친님이 들으시면 조금은 서운하겠습니다.;;
  • alice 2009/08/10 16:10 # 답글

    우리집은 누가 집어만 가도 황송[..]...
  • TokaNG 2009/08/10 19:36 #

    인형뽑기 기계로 집어간다??
  • 회색곰 2009/08/10 20:55 # 삭제 답글

    :P 제발 집어가 주세요?(?!??!)
    아니, 이 나이 먹으니 이젠 하루라도 빨리 입을 덜어야겠다는 절박한 부모님의 눈초리가....O<-<
  • TokaNG 2009/08/11 10:12 #

    움마?
    집어가달라는 사람이 여기 또..
    인형뽑기 기계로 집어지려나요?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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