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사람을 쉽게 흥분시킨다? 그저그런일상들

너무 간만의 출근이라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복도쪽이 시끄럽다.
누군가가 아까부터 계속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것 같다.
무슨 일이지? 싶어 잠시 나가보니 아주 가까운 곳이다. 같은 층 엘리베이터 앞.

단지 무슨 일인가 싶어 구경하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짜증이 났는지 절로 발걸음이 난동을 부리는 사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나지막히 말한다.

'시끄러우니까 닥쳐.'

평소 때같음 소심함에 먼발치서 구경하는 걸로 끝났을 해프닝인데 나도 모르게 개입하고 말았다.
웬 아저씨를 붙잡고 난동을 부리던 사내가 이제는 내게 다가와 아까처럼 고함을 지른다.

욕이 나온다.
멱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한다.

'시끄러우니까 닥치라고!!'

나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사실 그 얼굴로 나보다 어리다면 그것도 캐안습)
내가 격하게 몸을 잡아끌며 꺼지라고 하자 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하던 청소부 아줌마들께서 말리신다.
내가 왜그랬을까?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내뱉으며 싸우고 있을까?

발광을 하며 달려드는 이 사내가 가진 불만은 개 짖는 소리인가보다.
나도 개 짖는 소리는 끔찍히 싫어한다. 마감 때마다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개소리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하지만 개소리가 시끄럽다고 개보다 더 시끄럽게 횡포를 부리면 어쩌나?
개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나.

하지만 그 개보다 못한 놈이 되어버린 사내에게 개입해버린 나도 참..


엘리베이터에 그 사내를 밀어넣고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싸나이yn이 말려주지 않았다면 주먹이 쥐어질 뻔 했다.
말려줘서 다행이다.
고맙다.

여지껏 맞아보기만 했지 때려본 기억은 적은데..
오랜만에 사람을 칠 뻔 했다.


내가 왜 갑자기 흥분하게 되었을까?
아침부터 비 때문에 기분이 꽁기꽁기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동안 억눌려있던 무언가가 일순간 폭발했을까?

..단지 욕이 하고 싶었을 뿐인가? =ㅅ=a


갑자기 밀려든 흥분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아직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말리는 이는 있었지만 달래주는 이는 없었으니..
너무 오랜만에 화를 내서 화를 삭히는 방법도 까먹었다.
가뜩이나 손에 잡히지 않던 일은 이제 흥분에 손이 떨려서 더 잡을 수도 없게 되었다.

우사~

심호흡을 해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늘 하루 너무 일을 안했다.
내일은 조금 바빠지겠네.

아직도 의문이다.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진짜 비 때문일까?

비가 사람을 흥분시킨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냥 내가 욕이 하고 싶었나보다.





..내가 미쳤나 보다.



덧글

  • 건담=드렌져 2009/05/22 01:18 # 삭제 답글

    전 흥분되기는 커녕 우울해지기만 하더군요....ㅡ.ㅡ;;;
  • TokaNG 2009/05/24 12:04 #

    그 우울함이 극에 달했을 때 누군가가 신경을 거슬리면 나처럼 저 꼴 난다지.orz
    우울함과 흥분됨은 종이 한 장 차이..
  • 므흣한김밥 2009/05/22 01:36 # 답글

    통닭통닭....
  • TokaNG 2009/05/24 12:04 #

    ;ㅁ;
  • 슈나 2009/05/22 12:59 # 답글

    그럴때 있지요 ㅠ_ㅠ
  • TokaNG 2009/05/24 12:05 #

    모르는 사람에게 폭발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사과를 하고 빌 정도로 소심한데..;ㅅ;
  • alice 2009/05/22 14:45 # 답글

    [토닥토닥[ 원래 비가내리는날은 마약이나 다름없어
    누구에겐 자살을 이끌어내는 날이고 누구에겐 슬픔을 이겨내지못하는날씨이니깐..
    >-<ㅇ
    [토닥토닥]
  • TokaNG 2009/05/24 12:06 #

    딱히 비가 와서.. 라고 탓하기엔 비한테 미안하지.
    사실 어떤 날씨였더라도 그랬을거야.
    날씨가 화창하면 화창한 날에 좋은 기분 망친다고,
    바람이 불면 추워서 짜증나는데 신경 거슬린다고,
    더우면 덥다고 열불나서..

    비 탓으로 돌리는건 핑계고 비겁한 변명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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