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범죄 스릴러가 아니었다! (용의자 X의 헌신) 영화애니이야기

재밌다길레 궁금해서 봤습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광고를 듣고도 영화인 줄도 몰랐던 작품이지만 개봉을 했다니 정말 궁금해서 봤습니다. 어렴풋이 동명의 책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실 라디오에선 영화광고보단 뮤지컬이나 연극 등의 공연광고가 더 많은지라 뮤지컬로 만들어진 줄 알았..=_=;;
어쨌든 영화로 만들어져서 이제 개봉까지 했다 하니 냉큼 봐둬야죠. (지난달엔 결국 '푸시''그랜 토리노'는 보지 못하고 내려갔으니..ㅜㅡ)

대강의 줄거리를 듣고는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살인! 우연히 그 사건을 알게된 이웃집 남자. 범인을 보호해주기 위한 그 남자의 헌신적인 노력과 그의 치밀한 노력을 풀어나가려는 그의 친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대학 동기의 반가움도 잠시, '누구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 중에서 어떤게 더 힘들까? 단, 반드시 정답은 존재한다고 치자.' 라는 말로 두 사람의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천재 물리학 교수

천재 수학 선생님의 두뇌싸움이 벌어집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살인사건의 은폐와 그 해답을 알아내려고 뒤를 쫓는 사람이 나오는 만큼, 스릴러의 양식을 띠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은밀한 트릭이 되고 사건의 실마리가 되며 표정과 눈짓 하나까지도 조심스러워지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난 후의 느낌은..

범죄 스릴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가 담긴 처절한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던져 말 그대로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내 논리적인 사고를 믿으세요!' 라며 여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시가미는 이미 여인이 손을 잡는 순간 논리적인 행동을 벗어나버렸습니다.
끈질기게 그의 뒤를 쫓는 유카와가 이런 말을 하지요.
'살인은 가장 비논리적인 행동이야. 내가 아는 한 이시가미는 그런 비논리적인 행동을 할리가 없어.'

사랑이라는,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감정을 위해 가장 논리적인 사람이 스스로 논리를 벗어던졌습니다.

'그 문제를 푼다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아.' 라는 이시가미의 대사는 자신의 비논리적인 행동을 조금이나마 수긍하는 모습이었을지..

두 천재의 두뇌싸움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사실 유카와가 구치소로 송치되는 이시가미를 붙잡고 자신의 추리를 들려줬을 때 '자네의 가설을 말하는건 자네의 자유겠지.' 라는 그의 대사에선 유카와의 추리를 훨씬 뛰어넘는 또다른 반전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유카와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서는 그를 향해 '고멘나사이..' 라고 울부짖는 야스코의 행동은 그를 두 번 죽이는 행위였습니다.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자 자신의 모든것을 던져 이뤄낸 모든 것을 그녀 스스로 짖밟는 행위가 되어버렸으니..
그렇다곤 해도 두 사람이 마주보며 통곡하는 모습에선 갑자기 울컥 하고 북받쳐 올라 '아.. 그렇구나.. 그게 정말 행복한게 아니었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었지만.


사건의 알리바이라던지 연출 등은 아주 좋았습니다. 유카와서 설명해주기 전까진 정말 깜쪽같이 모두를 속여냈으니..
사실 영화속 대사로도 몇 번이고 알려주는데 말이죠..
'기하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수문제라던가..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금방 풀 수 있는 함정문제입니다.' 라고..
당연히 복선을 깔아놓는 것도 잊지 않았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그 장면'이 뒤에 해결을 위한 복선이 될 거란 생각은 했었지만 그런 식으로 풀어질 줄은..
대사들도 하나같이 멋졌습니다. 역시 천재들의 싸움이라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멋지고 의미심장하더군요. 작가 멋져!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야스코役으로는 영화 훌라걸스에서 마도카 센세로 익숙한 마츠유키 야스코. (실명도 야스코였네..=ㅅ=a) 이쁘장한 아줌마입니다.
그리고 그의 딸 미사토도 귀엽더군요.=ㅂ=^ 저 오동통한 볼살, 오우~ 귀엽 귀엽~



사랑은 가장 논리적인 사람마저 가장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논리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마성의 무언가인 것 같습니다.
 
스릴러를 표방한 이 남자의 순애보는 그야말로 헌신이었습니다.
야스코는 왜 자신이 이 남자에게 그토록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는지 알지도 못할 테지만..
사실 그에게 있어 야스코는 단순히 사랑을 느낀 한 여인이기 이전에 가장 위대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였으니..


영화가 끝나고 엔딩롤이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노래는 왠지 모르게 구슬프게 들리더군요.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여친님께서 '나 그거 책 있어. 영화가 나온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하네~' 라길레 나름 영화를 괜찮게 본지라 원작이 궁금해져서 냉큼 책을 빌려왔습니다.

인천에서 건너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잠시 읽어보니 아주 사소하지만 설정이 조금씩 바뀌었더군요.
영화에선 12월에 벌어진 사건이 사실은 꽃샘추위가 한창인 3월이었다던가, 등산을 즐기는 이시가미가 사실은 유도부 고문이었다던가, 유카와와 대학 동기인 쿠사나기와 함께 다니는 형사가 우츠미가 아니라 사실은 기시야였다던가, 그 우츠미가 형사의 감으로 무턱대고 야스코를 진범이라고 의심하는 대신에 기시야는 왠지 모를 동정심에 무턱대고 그를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시키고 싶어 한다던가..

이제 겨우 챕터 5 까지 읽어서 자세한 비교는 힘들겠지만 겨우 사건이 전개되었을 뿐인데도 이만큼이나 차이를 보이긴 하는군요?
여친님 말로는 전체적인 내용은 같다고는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책장을 펼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펼치면 페이지는 생각보다 금방 넘어가는, 술술 잘 읽히는 책입니다.
간만에 또 끝까지 다 읽는 소설이 될지도??
한번 읽어보고 책 읽는게 익숙해지면 여친님 집에 있는, 비슷한 장르의 소설들을 한 권씩 빌려 봐야겠습니다.
요즘 책 읽는게 너무 뜸했더니 읽는 방법도 서툴러져서 몇 번이고 앞을 다시 확인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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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이 2009/04/14 04:54 # 답글

    아니 이시간 까지 아니주무시다니...... 마감중이신가봅니다.
  • TokaNG 2009/04/14 11:28 #

    에이~
    마감중이면 이렇게 한가로운 포스팅은 못 하죠~~=ㅂ=^
  • 슈나 2009/04/14 13:40 # 답글

    다 보고 나서 왜 굳이 이런 제목을 붙였지 ? 라고 잠깐 생각했었습니다.

    재미있으니 괜찮아. 라고 넘겼지만요.
  • TokaNG 2009/04/14 16:37 #

    전 제목도 인상깊어서 괜찮던데요??
    뭔가 괜히 강렬하다능~~
  • 니트 2009/04/14 20:57 # 답글

    영화는 기대가 안되는데 책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와야 보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ㅠㅠ
  • TokaNG 2009/04/14 23:05 #

    영화도 생각보단 잘만들었습니다.
    원작을 본 사람들도 (리뷰를 보니) 나름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 이연 2009/04/15 10:49 # 답글

    이 영화가 아무래도 일드 탐정 갈릴레오 외전급으로 나온 영화가 우츠미가 등장하고 영화제작시기가 밈요하다보니 여러 차이가 생기는거 같아요. 그리고 제 머릿속의 이시가미는 좀 더 못생기고 배나온 중년 이미지 였는데 말이죠. 유카와도 좀 더 날라리 괴짜(물론 괴짜는 맞는데 영화에선 별로 안 괴짜 스러워서요.) 교수 이미지 였고요. 그래도 이게 범죄 스릴러가 아님을 알아주심에 제가 다 기쁩니다! 혹시 안 보셨으면 일드 갈릴레오 추천합니다!
  • TokaNG 2009/04/16 00:44 #

    아~ 유카와가 갈릴레오라는 TV 시리즈에도 나온다더니 그 외전격으로 이 영화가 제작된 모양이네요? 우츠미도 갈릴레오에 나오는 인물이었..=_=;;

    확실히 소설에서의 인물묘사는 좀 더 뚱뚱하고 못생기긴 하더군요. 하지만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더 맘에 듭니다.
    유카와는 충분히 괴짜스럽..=_=;;;
  • 이연 2009/04/16 07:21 # 답글

    드라마를 안본 사람들은 명대사로 "누구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생략" 과 "그 문제를 풀어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아!" 가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명대사는 "실로 재미있군(흥미롭군)" 이예요! 드라마를 보면 그 진면목을 알 수 있지요. 자매품으로는 "실로 비논리적이군" 이 있습니다.
    저는 소설 >> 드라마 >> 영화 를 찍고 소설 갈릴레오를 보려는 참이지요~
  • TokaNG 2009/04/17 22:42 #

    그렇군요.
    역시 소설의 영화화라기 보다는 TV시리즈의 극장판이라는 이미지군요??
    극중에서도 '실로 재미있군.' 이라는 입버릇은 종종 나오긴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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