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있을 곳은 링 위다. (더 레슬러) 영화애니이야기

자막이 필요 없는 한국영화 '핸드폰'을 보려 했는데 예매를 하려 하니 이미 극장에서 내려버렸고, 또다른 한국영화 '작전'을 볼까 이걸 볼까 하다가 이상하게 더 눈이 가는 '더 레슬러'를 보았습니다. 작전도 개봉한지 꽤 되어서 오늘 내일 간판이 내려갈까 걱정이긴 하지만 언제 또 극장에 갈 수 있을 줄 알고..(사실 마음만 먹음 매일도 갈 수는 있지만;;)
암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자막이 난무하는 외국영화 한 편을 보고 왔습니다.



뭐랄까..
영화를 본다는 느낌 보다는 마치 퇴물이 되어버린 늙은 레슬러의 링 바깥생활의 비화를 비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만큼 미키 루크는 자연스러웠고 카메라는 그를 집중 조명했으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더욱 쨘 하게 다가왔습니다.

한때 잘나가는 프로 레슬러였던 랜디 램 로빈슨.. 80년대를 주름잡던 영광은 이제 빛이 바래지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집세를 못 내서 자기 집에도 못 들어가고 급한 돈이 필요하면 마트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소일거리라도 받아서 근근히 버텨가며 링 위에 오른 다음의 지치고 힘든 피로를 고독과 함께 푸는 외로운 늙은이입니다. 그에게 남은 한가지 낙은 가끔 들르는 스트립 바에서 댄서에게 지난 영광들을 자랑하는것 뿐..

레슬러들의 링 바깥 이야기를 아주 잘 묘사했더군요.
프로 레슬링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건 짐작을 했었지만 서로가 작전을 짠 기술을 주고 받으며 관객들이 한창 달아올랐을 때에 간단한 사인으로 경기를 끝내는 보습들이 여과없이 비춰졌습니다.
도중엔 경기의 극적인 흥분을 돋구기 위해 면도칼로 자해를 해서 유혈이 낭자한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그들의 여가시간에는 어떻게 하면 좀 더 그럴듯하고 과격한 반칙을 선보일 수 있을까 연구하는 모습도 보이는군요. 좀 더 나은 반칙을 위해 도구들을 선별하고 타협하는 모습들에선 극한까지 다다라서 막다른 길목에 선 레슬러들의 애절한 모습마저 보였습니다.
더욱 더 격해지지 않으면 관객들은 호응하지 않으니..
싸인회를 열어봤자 파리만 날리는 회장에선 이제 좌절을 하기도 지쳤는지 단념하고 졸고 있는 레슬러들을 둘러보는 랜디의 시선에서 깊은 고독이 느껴집니다.

저도 어릴 땐 프로 레슬링을 비디오 테잎을 빌려서 친구들과 돌려 보며 서로 기술을 시전하다 많이들 다치기도 했었는데..
요즘에선 어떤 레슬러들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이 없어졌군요.
하긴, 제가 프로 레슬링을 볼 당시에 흥행하던 레슬러들이 헐크 호건이라던지 워리어, 빅 보스맨 등이었으니..=_=;;;
까마득한 옛날입니다?? 아마도 랜디가 한창 전성기를 누릴 당시의 이야기??

심장발작으로 목숨이 위태로워 은퇴를 결심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동안 무심핬던 딸에게 좀 더 잘해보려고 노력도 하지만 역시 여의치 않고 맘에 들었던 댄서에게 마음을 건네봐도 거절당하기만 하는 그에게 남은 자리는 역시 링 밖에 없습니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성이야말로 그를 살아 움직이기 하는 원동력이 되어 링 바깥에서 지쳤던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줍니다.
전성기때 최고의 라이벌과의 20주년 기념 재경기에서의 그의 비장한 모습은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하게 합니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으며 가까스로 날리는 마지막 필살기인 램 잼의 점프를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합니다.

링 바깥의 세상은 그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가 있을 곳은 오직 사각 링 위..
그곳이 그가 완전해지는 그만의 공간일지도..



영화 자체는 늙은 레슬러의 삶을 보여주는 잔잔한 드라마지만 그 레슬러가 마음을 기대는 공간이 스트립 바라서 18금 딱지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선정적인 스트립 바 보다는 온갖 도구들을 사용하며 피 튀기는 경기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나 잔인해 보여서 18금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격한 몸짓들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움찔거리며 인상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그 잔인한 몸짓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그들은 아프다기 보다는 서러워 보여 더욱 가슴 아팠지만..

어째 왓치맨에 밀려서 기를 못 펴고 있는듯 하지만 볼만한 영화네요.
이렇게 볼만한 영화에,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관객이 10여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긴, 어제 왓치맨을 볼 때에도 관객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으니..=_=a;;;



※ 옆자리의 아줌마..
영화 시작 전에는 햄버거며 뭐며 마구 먹기만 하더니 막상 영화가 시작하니 꾸벅 꾸벅 졸다가 이내 잠이 들어버렸..=_=;;
극장에서 먹다 피곤하면 졸 수 있다곤 하지만 코까지 고는건 좀 아니잖..;;;
아주 1시간 반동안 편안히 주무시더군요..orz
뒷자리 커플중 아가씨는 영화가 끝나자 마자 '이게 뭐야? 뭘 말하려는지 이해가 되?' 이러고 있고..ㅇ<-< (너무 크게 외쳐서 순간 놀랐다능..;;)

난 재밌게 봤는데..;ㅅ;

덧글

  • 삼별초 2009/03/06 23:11 # 답글

    프로 레슬링에 대해서 일반인에가 표현을 잘한 작품이죠
    그걸 이해를 못한다면 이영화는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대부를 그저 몇시간동안 왜 봐야하는지 모르는 상황과 같은 느낌을 받겠구요
  • TokaNG 2009/03/08 01:58 #

    그래서 뒷자리 아가씨가 그런 반응을 보였나봅니다..=ㅅ=a
    이 영화가 말하고자 라는 멋진 메세지를 모르다니..orz
    영화 헛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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