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지 않은 그의 일대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영화애니이야기

병상에 누운 노모가 거꾸로 가는 시계의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줍니다.
시계장인이 전장에서 죽은 아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거꾸로 가는 시계..
그리고 이어서 딸에게 한 남자의 일기를 읽어달라고 요청하네요.
딸이 일기장을 집어들고 그 남자의 일생을 읊어주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날 때부터 노인의 모습을 한 벤자민은 그 흉측한 모습 때문에 버림을 받지만 그를 거둬 길러준 퀴니덕에 큰 불편함 없이 자라게 됩니다.
마침 그가 버려진 곳은 노인들이 모여있는 양로원..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아기를 노인들은 아주 반기면서 앞날을 축복합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모여 사는 양로원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벤자민..
처음의 모습은 그들과 같았지만 벤자민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젊어지고 노인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납니다.
한 공간에서 너무나 상반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그들의 삶..
영화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노화와 죽음에 대해서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과는 거꾸로 가는 삶을 사는 벤자민의 모습에서 사람이 노화되어 죽은 후에 남겨진 누군가의 고독을 보여줍니다.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처음으로 남겨진 자의 외로움을 일깨워준 친구가 세상을 떠나자 그도 집을 떠나 세상으로 걸음을 내딛습니다.


사실 언젠가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말입니다..
저마다 몇 살까지 나이를 먹을지 아무도 모르는 제각각의 삶 보다는 기왕에 태어날 때에 인간의 최고령을 가지고 태어나서 해가 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역으로 카운트되어 이윽고 0살이 되었을때 생을 마감 하는 삶이면 좋지 않겠느냐..
아무것도 모르는 유년기를 노인의 모습으로 보내고 조금씩 기운이 생겨나는 중년기때 열심히 일을 해서 마침내 충분한 부를 갖춘 청년기때에 최고의 신체로 여가를 보내면 좋을텐데..
청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열심히 일만 하다가 이윽고 쉴 만큼 부가 갖춰졌을 때엔 이미 늙고 병들어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라고..

벤자민은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행복해 보이진 않는군요.
그만 홀로 그런 삶을 살아서인지..

집을 떠나 배를 타면서 일을 열심히하고 도중에 잠깐이지만 사랑도 하고 전쟁에도 참전하는 등 남들과 같은 삶을 살면서 남들과는 거꾸로인 삶을 살아온 그가 전혀 부럽지 않았습니다.
다들 나이를 먹어 점차 늙어가는데 혼자만 젊어지니 시간의 흐름이 맞지 않아 사랑하는 여인과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아이를 갖게 되지만 아빠노릇을 하기 보다는 소꿉친구가 될게 뻔하니 스스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군요.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그의 생에 영원한 반려자는 없었습니다.
함께 늙어갈 반려자가 아닌 함께 젊어질 반려자는..


저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어서라도 이루고 싶었던 꿈을 하나 둘 이뤄갈 때에 그는 점점 젊어지면서 하나 둘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군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젊어지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마침내 나이가 들어 아기가 되어버린 벤자민이 일생동안 사랑했던 데이지의 보살핌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일기가 끝나면서 영화도 함께 끝납니다.
정말 그야말로 벤자민 버튼의 일대기를 모두 담아냈군요. 그래서인지 러닝타임도 꽤나 길었습니다.

영화는 일기를 읽어주는 딸과 노모가 있는 현실과 벤자민이 살아가는 과거를 교차로 비춰주면서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듯 했습니다.
마치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와 같은 전개군요. 빅피쉬에서도 병상에 누운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의 일대기를 자랑스레 얘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지요.
서로 화자만 바뀌었을뿐 아버지의 일대기인 것도 같네요.

브래드 피트의 특수분장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유년기의 자그마한 체구에 나이든 얼굴이 신기하리만치 브래드 피트를 닮았습니다. 점차 나이를 먹으며 젊어지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그려지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잘 그려졌습니다. 심지어 노화되어 유년의 모습을 지니게 될 때에도 아역의 얼굴이 브래드 피트를 쏙 빼닮았네요. 정말 브래드 피트의 일생의 모습을 다 본 것처럼..

여주인공이 되는 데이지의 어린시절 모습은 그야말로 깜찍했습니다!

저 백옥같은 피부에 붉은 머리카락, 맑고 투명한 수정과 같은 푸른 눈동자..
얼쑤~

어째 낯이 익다 했더니 헐리웃의 천사 다코다 패닝의 동생 엘 패닝이군요.
저런 깜찍한 얼굴이 나이를 먹을 수록 코만 점점 커지는 못난 아줌마가 되어가는 것이 슬펐습니다..ㅜㅡ 어린시절 비중을 좀 더 길게 잡지, 금방 성인 연기자로 바꿔버리다니..orz

퀴니의 늙어가는 모습은 벤자민이 젊어지는 모습 이상으로 자연스러워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배우 하나 늙어 죽나 했습니다..=_=;;; 특수분장의 효과는 어디까지인지..

극중에서 '내가 번개에 일곱번이나 맞았다고 얘기했던가?' 라고 몇 번이고 말하는 치매노인의 번개 일곱번 맞는 이야기는 정말 다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세어보니 아쉽게도 6번밖에 안 나오더군요.
지붕을 고치면서,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면서, 소를 몰면서, 에또..    에잇! 기억하고 있었는데..ㅜㅡ
암튼 번개 맞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 선사했습니다.

토마스 버튼이 벤자민을 한눈에 알아보게 된 계기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군요.
처음에 집에 데려다준다고 접근할 때에 '아들인걸 알고 그러나?' 싶긴 했지만 별다른 낌새가 없었는데..
그저 친구로 접근했다가 나중에 사실은 아들인걸 알고 놀라겠지 했는데 느닷없이 '내가 네 애비다!' 라고 했을 땐 조금 놀랐습니다.
조금 쌩뚱맞았달까??
사실 딸이 일기를 읽어주면서도 좀 애매하다 싶은 부분에선 '이 부분은 찢어졌어요.' 라던지 '이 부분은 얼룩이 심해서 못 알아 보겠어요.' 라는 식으로 얼렁뚱땅 전개되는 면이 없진 않았군요.
하긴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으려면 2시간 40분도 부족할테니..

도중에 데이지의 사고소식을 벤자민의 나레이션으로 모든 사건의 상호작용에 빗대에 설명할 때엔 좀 재밌었습니다.
'그가 이랬다면, 그가 이러지 않았다면, 데이지가 이랬다면..' 하며 사고의 원인이 되는 행동들을 하나씩 읊어가는 장면의 연출이 가장 인상깊었군요.

너무 긴 시간 집중해서 보느라 눈이 피로해서 도중에 살짝 졸뻔도 했지만 자막 한두줄만 놓치고 용케 다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앞서 가던 여학생들은 지루하기만 했다며 불평들을 늘어놓더군요.
2시간 40분(166분이라고 하니 엔딩롤 올라가는 시간 빼고라도)동안의 긴 영화라면 반지의 제왕따위는 보면서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는데.. 되려 이런 류의 영화가 지루함은 덜했습니다. 그저 편안하게 옛 이야기 들려주듯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일대기이니..


어제 체인질링에 이어 오늘 벤자민 버튼까지 용케 늦지 않게 극장에서 다 볼 수 있었군요.
계속되는 마감에, 이어서 습격해온 귀차니즘에 결국 못 보고 내려갈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이제 다음엔 또 어떤 영화를 기다리지??
이미 개봉한 핸드폰이나 보러 갈까??

덧글

  • 삼별초 2009/02/20 07:13 # 답글

    작전도 볼만 하더군요
  • TokaNG 2009/02/20 23:51 #

    음.. 그런가요??
    볼게 하나 늘었나..orz
  • alice 2009/02/20 11:28 # 답글

    [...............]불법다운로드로 다 보앗지요..[...]
  • TokaNG 2009/02/20 23:51 #

    떼찌!!
  • 라제 2009/02/20 11:30 # 답글

    학교에서 2/3가량을 보여준.....()
    재밌었다는..ㅠㅠㅠㅠㅠ//
  • TokaNG 2009/02/20 23:51 #

    학교에서 무슨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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