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 무섭다.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애니이야기

7시 20분 영화로 예매 해놓고 멍때리고 있다가7시 15분에야 정신이 들어 부리나케 달려나갔습니다.
겨우 5분 남겨둔 시간이긴 하지만 다이죠브~
극장까진 걸어서 5분, 열심히 달리면 1분도 안 걸리니까요..=ㅂ=
발권하고 자리에 앉아도 18분이더군요.
가뿐 숨을 고르며 광고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오감중 단 하나, 시각이 차단된 생활.
겨우 하나의 감각이 차단 된지라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세상은 공포에 빠졌습니다.
처음에 러시아워에 도로 한복판에서 시력을 잃은 일본인서부터 그를 간호하던 아내, 그를 접수한 병원 간호사, 진료한 의사와 그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이 하나 둘 시력을 잃고 격리시설로 수용되어 옵니다.
그중에 시력이 남아있는 단 한사람.. 그가 목격하게 되는 경악스런 공포, 인간의 이기심, 버림받은 세상..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행된 정부의 행동입니다.
무작정 격리시키려고 감언이설로 꼬여내긴 하지만 앞을 못 보는 그들이 닥친 곳은 눈을 뜬 인간이라면 감당할 수 없는 열악한 시설. 그리고 조악한 식사와 잠자리.. 앞이 안 보인다고 막 대하는 꼴이 어느 나라든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환자(?)들을 수용하는 시설은 이미 가득 찼지만 개선의 여지는 안 보이고 앞이 안 보이는 그들은 전혀 통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생활속에 점차 인간의 모습을 잃어갑니다.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서 아무곳에서나 변을 보고 그 위에서 아무렇게나 성관계를 가지고 먹을 것이 없어서 손에 잡히는걸 아무거나 주워먹고..
점차 늘어가는 인원을 감시하던 군인들은 눈먼 그들을 조롱하고 심지어 재미삼아 총질을 하기도 합니다. 이미 눈먼 그들은 눈을 뜬 사람들에겐 조롱거리이며 장난감이며 귀찮은 흉물일뿐..

이미 격리된 수용소는 무법천지가 된 다른 세상..
그 무법천지에서 힘을 가진 자가 등장하고 모두들 그를 두려워하며 그에게 굴복하고 복종하게 되지만 이 또한 더러운 인간의 모습..
눈이 멀었어도 금품을 요구하고 눈이 멀었어도 성욕은 남아서 식량을 미끼로 여성들을 탐닉하는 쓰레기들이 나옵니다.
도중에 어떻게 저들이 식량을 탈취했는지, 어떻게 힘을 가졌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잠시 머릿속에 떠오른 물음표는 곧이어 비춰지는 그들의 흉악한 행위들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삼켜버려 무의미해집니다.
무법천지인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을 던져버린 그들이 보여주는 가장 본능적인, 짐승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더욱 무서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고 손발이 부르르 떨리는 분노가 차오릅니다.
고작 시력을 잃은 것만으로 인간들은 그 어떤 존재보다 무섭게 변했습니다.

수용소에 격리된 사람들의 모습도 그러하지만 바깥의 눈 뜬 사람들도 병신이긴 매한가지.
어째서 자신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 했을까요?
아무렇지 않게 눈먼 사람들을 격리시켜 돌봐주지 않던 높으신 양반들도 하나 둘 시력을 잃어가고 도시 전체가 통제 불능에 빠지자 바깥세상도 수용소와 별 다를바 없는 정글이 되어갑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일찌감치 던져버리고 점차적으로 짐승이 되어버린 인간들.
앞이 안 보이면서도 약탈과 폭행은 계속되고 짐승처럼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잠을 자고 옷을 안 입어도 볼 사람이 없으니 나체의 모습으로 길거리를 활보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 널부러진 시체들은 주인 잃은 개들이 배를 곯아 견디다 못해 뜯어먹고..

시력을 하나 잃은 것만으로 세상은 한없이 황폐해지고 인간은 한없이 잔인한 짐승으로 돌아갑니다.
그나마 눈을 뜨고 어지러운 세상을 지켜보며 그들을 이끌어준 주인공이 있기에 그들 무리는 인간다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
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된 주인공은 그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점차 시들어 가지만 도리어 자신을 믿고 따르는 그들이 있어서 힘을 냅니다.

끔찍한 세상..
가끔 시력을 잃는다는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만큼 끔찍한데, 그것을 일시적이나마 체험한 그들이 보여주는 경악스러운 모습.
영화를 보면서 시력이 있다는 것이 한없이 감사한 일이라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영화 연출상 갑자기 하얗게 밝아질 때도, 갑자기 칠흑같은 어둠이 올 때도 있지만 그때마저도 내 눈이 시력을 잃는건 아닌가 하고 불안하게 느껴질만큼 눈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가장 먼저 시력을 잃은 일본인이 가장 먼저 시력을 되찾으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쾌재를 부를때엔 나 스스로가 안심하여 아~ 이것은 결국 영화였지.. 하고 붙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게 되었습니다.

극장을 나서면 더 밝은 세상이 나를 반길 것 같았지만 영화가 끝난 후의 극장 밖은 이미 어두움 밤거리..
하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네온사인 불빛들을 보며, 내 눈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그 도시의 사람들은 어찌보면 눈이 멀었다기 보다는 그저 정신이 나간 좀비스럼 모습들을 하고 있어서 조금은 아쉽긴 했습니다.
맨 처음 시력을 잃은 일본인은 정말 시력을 잃은 것처럼 보여졌지만 그 인원이 점차 늘수록 그들의 연기는 시력을 잃었다기 보다는 그저 넋을 반쯤 잃은 폐인의 모습일뿐.. 일일이 더듬거리며 제 갈 곳을 찾는 모습들을 묘사한다면 쓸데없이 시간만 잡아먹을것 같긴 하지만 눈을 잃은 그들의 눈먼 연기가 너무 미흡했습니다. 적어도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며 제대로 대화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연기가 미흡하다기 보다는 감정 전달을 위해 어쩔수 없는 연출이겠지 싶겠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눈먼 사람처럼 안 보이더군요.
살짝 아쉽..
그리고 어째서인지 초반에 비춰지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한 병동에 머무르면서 무언의 한 무리를 이미 만들더군요.
그리고 그들 외의 다른 병동의 생활들은 조명되지 않아서 앞을 보는 자가 없는 곳의 생활은 어떠한지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저 갑자기 힘을 가진 자가 등장해서 다른 이들에게 횡포를 가하는 모습이 보여질뿐.. (도중에 암시를 주긴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보여주지 않으니 어떻게 힘을 갖게 되었는지도 안 나오는군요.)

19금 딱지가 붙은 만큼 충분이 잔인하고 역겨운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피가 튀고 내장이 쏟아지는 잔인함이 아닌, 인간 본연의 잔인함..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잔인한 모습에 치를 떨었습니다.
더불어 군중속에는 앞이 안 보인다고 꼭 한두명씩은 벌거벗고 있어서 전라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니 이 또한 19금..
보이지 않으니 아무데서나 섹스를 하고 여럿이 함께 섹스를 나눠도 별 이상할게 없겠죠. 그런 모습들을 보고있으니 참 역겹긴 했지만 그것이 본성이기도 하니..

중간 중간 설명이 모자란 부분도 많고 어째서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되었는지, 어째서 갑자기 시력이 돌아오는지, 주인공은 왜 시력을 잃지 않는지 아주 원초적인 부분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머릿속의 물음표들은 잠시 지우고 그저 영화가 끝난 다음엔 내 눈이 멀쩡히 앞을 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면 그걸로 만족입니다.
원작에선 얼마나 디테일한 묘사가 들어가는진 모르겠지만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볼만하네요.
다시 보긴 무서울것 같지만... 





뱀발. 제일 처음 시력을 잃은 일본인이 참 낯이 익다 했더니 영화 '허니와 클로버'모리타 선배!! 역시..
그리고 그 모리타 선배는'웃음의 대천사'에서 쥬리의 오빠로도 나왔었지요. 헐리웃 영화에서 보인 낯익은 일본인이라 반가웠습니다.
영어를 참 잘하더군요. 그의 아내로 나온 일본인 여성도.. 일본인은 영어발음이 참 안된다던데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했습니다.
대단 대단~(혹시 더빙인가?)

눈먼 그들을 격리시키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던 장관도 꽤나 낯익은 얼굴이네요.
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에도 나온 한국계 캐나다인샌드라 오 입니다.

이렇게 뜻밖의 영화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면 괜히 더 반갑습니다??




 
  

덧글

  • 동사서독 2008/11/29 01:45 # 답글

    뜻밖의 영화에서 낯익은 얼굴들이라니 다크나이트에서의 진관희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눈먼자들의 도시'가 맘에 드셨으면 '파리대왕'이라는 영화도 보세요.
  • TokaNG 2008/11/30 02:43 #

    다크나이트에서의 진관희는 극장에서 3번을 보는 동안에 한번도 발견하지 못 했..=_=;;
    그리고 그 썩을 바람둥이 나쁜놈은 전혀 반가운 얼굴이 아니지 말입니다.
  • 동사서독 2008/11/30 07:10 #

    홍콩으로 도망친 녀석 잡으러 갔을 때 살짝 보입니다.
  • TokaNG 2008/12/01 05:21 #

    거기서 나온다는 말은 들었지만 얼굴은 못 봤습니다.
    솔직히 그놈은 관심도 없다능~~
  • Flux한아 2008/11/29 02:38 # 답글

    하아...인간의 추함을 보여주는 두편이죠. 블라인드니스랑 파리대왕..ㄷㄷ
  • 동사서독 2008/11/29 12:53 #

    노벨문학상 원작의 영화화라는 공통점도 있구요.
  • TokaNG 2008/11/30 02:45 #

    파리대왕..
    검색해보니 63년작과 또 몇년도더라? 여튼 두 번 제작 되었더군요.
    비행기가 추락하고 생존한 아이들이 살아가는 내용이라는데..
    어떨지..=ㅅ=a
    인간의 추악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은 명작이긴 하지만 썩 개운한 작품은 아니지 말입니다.
    보고나면 찝찝함이..
  • 쥬스한잔 2008/11/30 12:36 # 답글

    이것도 봐야될 영화 체크!
  • TokaNG 2008/12/01 04:51 #

    꽤나 재밌습니다.
    소설도 땡길 정도로..=ㅂ=
  • 담뿍 2008/12/01 01:45 # 답글

    힘을 가지게 된 무리들 중에는 갑자기 눈먼자가 아닌 원래 장님이었던 자가 1명 있습니다. 장님으로 살아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 섞여 있다는 점이 힘이 된걸 겁니다...
    저는 소설을 읽어서리...영화는 아직 안봤어요.

    소설에서도 다른 병실의 모습이 묘사 되지가 않았고요. 아마 그래서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소설을 읽고나니 더럽고 끔찍하고 역겨운게 머릿속에서도 이미 충분히 재현되어서...굳이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드네요.ㅎㅎㅎㅎㅎ
  • TokaNG 2008/12/01 04:53 #

    아, 그건 영화에서도 설명이 되지만 제가 말하는 '힘'이라는게 총을 말하는 거거든요..=ㅂ=^
    그렇게 치자면 이쪽엔 눈을 뜬 사람이 있으니 더욱 막강할 것 같지만 총 앞에선 눈 뜬 사람도 무력하기 마련..
    한가지 맘에 안 든다면 눈먼 사람이 어떻게 위협사격이 가능할까라는 것이겠지만..
  • 담뿍 2008/12/08 19:09 #

    꺄훙 그랬나횽 -ㅂ-
  • TokaNG 2008/12/08 22:42 #

    데헷~ 그랬습니다.=ㅂ=
  • peridot 2008/12/01 18:57 # 삭제 답글

    뭐 사람들의 패악질이 거의 소돔과 고모라네요...
    역시 인간은 날때부터 악인것인가요?
    저런거보면 회의적이 되어버립니다.
    역시 어느 만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가졌을 천사도 되고 악마도
    되는 그러한 인간들...
    무섬고도 무섭고 따뜻하면서도 따뜻한..
    인간

    저 또한 인간이며...앞으로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뇌내에 가득합니다.
    (보고싶기도 하지만 관람료가 오를거란 소식에 분개해 극장엔 가고싶지
    않고..흐음...)
  • TokaNG 2008/12/03 17:12 #

    인간은 선천적으로 악마입니다.
    땅에 떨어진 천사가 곧 인간이라능..
    천계에서 버림받은..
    성선설 이따위꺼 개나 줘버리라죠..
    성악설이 진리. (퍽~!)
  • 담뿍 2008/12/08 19:11 # 답글

    성악설이 진리는 맞습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게 아주어린애들의 본능입니다.
    그러면 안된다고 주입을 시키는데 그게 잘 되는지는 모르겠고...;
  • TokaNG 2008/12/08 22:43 #

    어른들이야말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물 불 가리지 않죠.
    그래서 더욱 사악해진 세상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건 아니니 천만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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