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추억하다. 그냥그런이야기

어릴적, 동네 친구집에서 아주 예쁜 연예인 사진을 봤습니다. 어머니께서 보시던 여성잡지 부록으로 딸려온 자그마한 책자에 실린 사진 몇 장과 짤막한 인터뷰들.. 그 사진속의 여성이 너무나도 예뻐서 친구에게 달라고 조르고 조르다 결국은 가지고 있던 캐릭터 카드 100장과 맞바꿔 겨우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유년시절동안 보물 1호로 간직되었던 조그마한 부록 책자.
그 책자에 실린 사람이 바로 최진실이었습니다.

아직 연예인보단 만화캐릭터에 더 호감을 보이던 코찔찔이 국민학생이 난생 처음으로 여자연예인에게 빠져버렸습니다.

처음엔 책자만 보며 히죽거리며 좋아하다 드디어 그의 모습을 티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최수종과 함께 연기한 '질투'..
사실 질투 이전에도 본 듯 만 듯 하지만 기억이..
여튼 질투를 보면서 움직이는 최진실에 다시 한번 반해버리고 아직은 어리다고 늦은 시간까지 티비를 못 보게 하심에도 꿋꿋하게 마지막화까지 모두 시청해버렸습니다. 본방에 이어 주말에 하는 재방까지.. 
그리고 우연히 서점에서 질투가 소설로 나온 것을 보곤 최진실이 연기했던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직은 삽화 가득한 어린이 소설을 읽을 나이에 처음으로 그림 하나 없고, 글씨는 깨알같은 어른들의(?) 소설을 샀습니다. (소설은 꽤 재미가 없었지만;;)
그리고 문방구에서 흔히 파는 책받침이며 엽서며 사진이며 스티커들을 눈에 띄는대로 족족 사모아서 연습장, 필통, 교과서 할것 없이 죄다 도배를 하고 다녔지요. 아직도 부산집엔 최진실 사진으로 도배가 된 필통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물론 유년시절 보물 1호였던 그 소책자와 엽서들도 조금.. (많이는 안 남아있을테지만..) 
다들 왕조현이며 소피마르소에 열광할 때에 혼자 최진실을 좋아한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좋은건 어쩔수 없으니..
중학교시절, 2000원짜리 연예잡지에 최진실에 대한 기사가 단 한 줄이라도 있으면 사모으기 바빴으니까요.
그가 출연한 영화도 비디오가 나오는 족족 빌려보기 바빴고 드라마도 캐스팅 되면 언제나 본방 사수!! 연예프로에라도 나오면 원래 볼 수 있는 시간보다 좀 더 볼 수 있으니 왠지 득 본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연예인이었는데 언제부터 조금씩 시들해졌더라..??

역시 마냥 요정으로 남아있을 것 같던 여성이 결혼을 한다고 발표했을 때겠지요.
그래도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줬었는데..
겨우 수많은 얼굴 모를 팬들 중에 하나일 뿐인 제가 빌어준다고 다 될리가 없나봅니다. 좋지 않은 기사들과 함께 이혼소식을 접하곤 '그래, 차라리 이제라도 혼자인게 나아!' 라며 좋아한 저는 나쁜놈일까요??

그 뒤로 출연한 드라마라던지 영화들을 잘 챙겨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떤 평을 받고있는지 내심 걱정하며 관련기사들은 잘 찾아봤었는데..
그래서 장미빛 인생으로 화려하게 컴백해서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을 땐 괜히 기쁘기도 하고 '역시..' 라는 안도감도 생기고 했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내생에 마지막 스캔들'이라도 꾸준히 챙겨 볼 껄..
시간이 날 때에나 한 두편씩 봐서 어떤 내용인지도,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ㅠㅜ
그래도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땐 활기찬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헤벌쭉 좋아했는데..


낮에 눈을 뜨고선 버릇처럼 컴퓨터를 켰다가 엄청난 비보를 접했습니다.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네이트온에 로그인 되면서 네이트 뉴스 창이 뜨는데, 믿기지 않는 타이틀이 보이더군요.
최진실이 사망했다니!!
잠시 멍~ 하게 있다가 기사를 클릭해서 읽어보곤 다시 멍~
잠이 덜 깼나??
마감때문에 연이은 철야를 했더니 정신이 몽롱한건가? 이거 아직 꿈속인가?? 싶어서 인터넷 창을 띄우니 시작화면으로 뜨는 다음 화면에도 그런 타이틀이..;;
이글루에 접속해봐도 여기 저기에서 최진실 사망을 안타까워하는 포스팅들이 올라와있고..

이거..
진짠가??

한참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 갑자기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어라? 이거 눈물인가??
밤샘작업으로 지친 눈이 아직 피로해서 흐르는 눈물인지, 멍하니 모니터를 주시하다 눈 깜빡이는걸 잊어서 따끔거려서 흐르는 눈물인지.. 
볼을 타고 흐르진 않지만 뜨거운 무언가가 자꾸만 눈가에 차올라서 닦아도 닦아도 계속 고이네요.

에이~ 아직 꿈이겠지..

머리도 아픈데 거짓말 같은 슬픈 꿈은 그만 꾸고 도로 자자.




하지만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그 꿈이 깨지 않네요.
마치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다시 느껴졌습니다.
제겐 그만큼 소중히 간직해온 스타였으니..
제발 꿈이길 바랬는데..

코찔찔이 국민학생 맘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여성은 이제 없는거군요.
잠에서 두 번 깨고도 아직도 꿈만 같아 관련기사들을 읽고 또 읽어봐도 '사실은 살아있더라!' 하는 기사는 보이지 않고 씁쓸히 모여드는 조문객들 사진만..
그래도 인정하기 싫어서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겨도 사실은 사실이군요..
괜히 가슴만 더 아프고 눈만 더 따끔거리고 시야만 더 흐려질뿐..




첫사랑에게 실연을 당했을 때와 같은 충격에 종일 멍~ 하니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더군요.
사실 마감이 끝나면 포스팅 해야지~ 하던 꺼리들이 많았었는데 그럴 기력이 없었습니다.
사망소식을 접하자마자 애도를 표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력이 없었습니다.
그저 수많은 팬 중에 한명일 뿐이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고 일면식도 없고, 슬퍼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어린시절부터 너무나도 좋아했던 여성의 죽음이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금방이라도 티비를 틀면 또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억척스런 연기를 보일것 같은 그를 이제는 티비속에서 비보를 전하는 뉴스를 통해서 봐야 하네요.


맘 좀 가다듬고 쓰려고 이제야 포스팅을 하는 것인데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글

  • 라랄라 2008/10/03 02:26 # 답글

    정말 애도하는 맘이 느껴지네요. 명복을 빕니다-
  • TokaNG 2008/10/06 12:09 #

    감사합니다.
    부디 내세에선 평안하시길..ㅜㅡ
  • 림삼 2008/10/03 02:54 # 답글

    아,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TokaNG 2008/10/06 12:09 #

    명복을 빕니다..ㅜㅡ
  • peridot 2008/10/03 03:10 # 삭제 답글

    뭐 별다른 말 하지않겠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길 부디 그곳에선 맘 편안해지시길 빕니다.
  • TokaNG 2008/10/06 12:10 #

    별다른말 해봐야 고인께서 돌아오시는 것도 아니니..
  • 동사서독 2008/10/03 03:24 # 답글

    갓 삼성전자 모델했었을 때 삼성전자 대리점에 mymy 카세트플레이어 구입하러 갔다가 카탈로그 하나를 가져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 카탈로그를 다음날 학교에 가져갔더니 카탈로그에 수록된 '최진실'씨의 수영복 사진 때문에 교실 안이 난리가 났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사진을 필통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조숙했었..)

    처음 뉴스 봤을 때는 (일전의 자살 사건도 있었고 해서) 크게 안와닿았었는데
    조문객 사진 보고 있는 사이에 가슴이 점점 묵직해지더라구요.

    고인의 몸무게가 31,2Kg이었다고 하니 그동안 이런저런 루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더군요.
  • TokaNG 2008/10/06 12:10 #

    성인 여성의 몸무게가 고작 31kg이라니 저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으면..ㅜㅡ
    정말 애통할 따름입니다.
  • 아르메리아 2008/10/04 13:10 # 답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틀 동안 4시간 밖에 못 잤는데 그 소식에 잠이 확 달아나더라고요, 좋은 곳 가셨으면 합니다.
  • TokaNG 2008/10/06 12:11 #

    좋은 곳에 가셨겠지요?? ;ㅁ;
  • pientia 2008/10/05 01:10 # 답글

    정말 안타깝습니다. 처음 소식을 듣고는 멍~ 해졌더랬죠. 그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웠던 배우였는데...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 TokaNG 2008/10/06 12:11 #

    전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관련 뉴스들을 보고 또 보고 이미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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